Airnimal C 후기

2011년 7월 9일부터 19일까지 약 10일에 걸쳐 르벨로 샵에서 제공하는 Airnimal C를 시승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끔찍하게도 비가 많이 오던 주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었던 것은 총 3회 – 르벨로 샵 오고 가는데 2번과 한강 따라 종합운동장에서 남산까지 한번 다녀온 것에 국한되었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상황도 상황인지라 제한된 후기를 올리는 것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후기를 작성하기 앞서 제가 자전거를 평가하는 기준을 먼저 정의하자면

  1. 가격대 대비 성능을 따지지 않겠습니다. 그 이유는 성능 얘기 하나만으로도 주관성이 충분히 개입되는 상태인데 상대적으로 달리 느끼는 돈의 가치마저 공식에 개입할 경우 점점 이야기가 산으로 간다는 개인적 판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2. 평소에 Surly LHT라는 편한 투어링 자전거를 즐겨 탑니다. 그런 탓인지 편하고 자전거를 밟는 느낌 자체가 즐거운 것을 우선시 합니다.
프레임
에어니멀 C를 보는 제 첫 인상은 미니벨로를 좀 더 빠르게 타려고 무척 애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니벨로답지 않게 못생긴 24인치 바퀴, 직진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길게 뽑은 프레임 등등 첫 인상이 그러했습니다. 이런 인상은 입문용 로드 프레임으로 종종 사용되는 7005 알루미눔 알로이 프레임이 채택된 점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 되었습니다.  프레임 용접이 매우 꼼꼼하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지만 미관상으로 기계적 일관성보다 사람 손 많이 탄 느낌이 들기 때문에 다소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아있습니다.  케이블은 프레임 밑으로 처리 되었기 때문에 케이블로 인한 불편함은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접기
접기 보다는 앞바퀴 떼어서 붙이는 형식으로서 분해에 가까운데 과정이 다소 오래 걸릴지언정 어렵지 않습니다. 안정장치도 마련 되어있기 때문에 손 쉬웠습니다.
라이딩
높은 싯포스트, 24인치 바퀴, 프론트 서스펜션이 없는 탓인지 평지에서 힘을 잃지 않고 페달 밟는 느낌이 무척 좋습니다.  하지만 프레임을 고정하는 클립이 다소 약하기 때문에 타면서 조금만 언덕을 오르거나 거친 길을 타면 덜컹 거리는 현상이 종종 일어납니다. 편한 자전거를 추구하는 제 입장에서 이게 가장 거슬렸습니다. 뒷부분에 스프링 장치를 좀 더 개선하여 진동과 쇼크를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때마침 BMC 시승할 기회!

평소에는 투어링 (Surly LHT) 타고 편하게 분당에서 종합운동장 거쳐 선릉역까지 출퇴근하지만, 내 마음 한켠에는 로드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는 것 같다.  맵시 있게 뛰쳐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최근 Orbea와 BMC를 놓고 고민 중인데 때 마침 BMC를 시승해볼 기회 발견! 작년 제주 돌 때 한라산 옆구리를 올라타서 다운힐 내려왔을 때 기분을 떠올리면, 코너링 우월하다는 BMC가 무척 기대된다.  조만간 떠나게 될 7월 27일~31일: 히로시마에서 오사카가는 코스는 우선 투어링 자전거로 완주한 후, 한국에 돌아와서 BMC를 타보고 싶다. 가급적이면 (그동안 우천으로 인해 성사되지 못한) 양수 – 춘천 코스를 꼭 가보고 싶다.

BMC SLR 01, 꼭 시승 해보고 싶다!

2011 하계 양수-춘천 라이딩 코스

2011년 8월 춘천 라이딩의 목적은 2가지:

  1. 강원도 방면 자전거 코스를 뚫어보겠다는 마음. 앞으로 강원도 자전거 여행이 활성화 되리라 예상함.
  2. BMC SLR 01 시승

코스를 좀 더 설명하자면 첫째 날: 양수역에서 춘천 조금 못 미치는 강촌 (삼악산 밑에)까지 갈 예정. 거리는 약 100km으로 추측되며 펜션에 짐 푸르고 BBQ 먹을 예정.

둘째 날:

춘천까지 이동한 후, 춘천 – 화천 – 배후령 순환 코스 (약 82km) 돌 예정. 오봉산 근처에는 업힐도 있고 하니 자전거를 이리저리 테스트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찰, 고집

마찰과 연속된 싸움: 자전거를 타는 내내 드는 생각이다. 타이어와 지면, 시속 20km 이상 내면서 발생되는 바람과 나, 모든게 마찰이다. 굳이 자전거 같이 스피드 내는 종목이 아니라 등산처럼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운동 또한 마찰을 이겨나가는 것 아니라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같은 마찰이라도 자전거와 등산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둘 다 정신없이 뒤바뀌고 형식적 세상과 노선은 다를지라도 등산은 산고양이의 야성적 일탈이라고 할 수 있다면 자전거는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겠다는 연어 같은 고집에 가깝다.

이 고집은 자신이 생활하는 곳, 출근길에서부터 시작한다. 추운 날 아침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면서 부딪히게 될 위험 요소들 – 자전거 도로라는 이름이 부끄러운 울퉁 불퉁한 도로 상태, 난폭한 운전수, 스마트 폰 게임에 열중한 나머지 한치 앞을 못 보고 도로 건너는 중고등학생들  – 이와 같은 여러가지 위험 요소들을 고려했을 때 이성적 판단은 “얌전하게 남들처럼 전철타고 출근해라” 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멀고 어려운 길을 택하려는, 그런 고집이다. 생전 보지 못한 Eddie Merckx (사이클링 명선수)가 70년대에 입던 Molteni 운동복 혹은 30년전 클래식 자전거 프레임이 깔끔하고 멋있다면서 윗돈 얹어 수집하려는, 그런 고집이다. 반면 아직까지 등산 다니면서 “산행은 송림 수제 등산화를 신어야 제맛이지!” 하는 사람 보지 못했다.

자전거 타는 사람은 그렇게 바보스럽다.

배고픔

어느덧 배가 고픈 느낌 자체를 원하게 된다.  이 것을 느껴본 사람은 점심 시간이니까 마지 못해 떠 먹던 백반 따위는 잊는다.

자전거 일주를 마치면 근육들이 요동 치기 시작한다. 우선 안장에서 내려오면 허벅지와 글루트가 파르르 떨며 지랄 발광한다. 곧이어 20대니까 심장마비 걱정 없다며 혹사 시킨 심장이 꾀병 피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장 강렬한 느낌은 만방에 들리도록 꺼이 꺼이 목놓고 우는 밥통: 이때는 평소 칼로리 계산해서 조심스레 먹던 Reese’s 초콜렛를 망설임 없이 입에 털어넣는다. 청계산 밑 옛골 토성이 구수한 오리 구이 냄새로 허기진 등산객을 감싸는 행위는 사기에 가깝지만 자전거 도로 옆에 맥주집 역시 이에 못지 않다.  술 약한 나조차 한병 더! 외치면서 남은 술 방울을 마치 백일 휴가 나온 군인 여자친구 젖무덤 빨듯이 남김 없이 핥고 또 핥고… 아쉬운 듯이 또 한번 쳐다 보고…

정말 고픈 배다.

2011 Tour de France route

The 2011 Tour de France stages:

July 2, stage 1: Passage du Gois-Mont des Alouettes, 191km
July 3, stage 2: Les Essarts-Les Essarts, TTT, 23km
July 4, stage 3: Olonne-sur-Mer-Redon, 198km
July 5, stage 4: Lorient-Mûr-de-Bretagne, 172km
July 6, stage 5: Carhaix-Cap Fréhel, 158km
July 7, stage 6: Dinan-Lisieux, 226km
July 8, stage 7: Le Mans-Châteauroux, 215km
July 9, stage 8: Aigurande-Super Besse Sancy, 190km
July 10, stage 9: Issoire-St-Flour, 208km
July 11, rest day at Le Lioran/Cantal
July 12, stage 10: Aurillac-Carmaux, 161km
July 13, stage 11: Blaye-les-Mines-Lavaur, 168km
July 14, stage 12: Cugnaux-Luz Ardiden, 209km
July 15, stage 13: Pau-Lourdes, 156km
July 16, stage 14: Saint-Gaudens-Plateau de Beille, 168km
July 17, stage 15: Limous-Montpellier, 187km
July 18, rest day at province of Drôme
July 19, stage 16: Saint-Paul-Trois-Châteaux-Gap, 163km
July 20, stage 17: Gap-Pinerolo, 179km
July 21, stage 18: Pinerolo-Galibier/Serre-Chevalier, 189km
July 22, stage 19: Modane-Alpe d’Huez, 109km
July 23, stage 20: Grenoble-Grenoble, ITT, 41km
July 24, stage 21: Créteil-Paris/Champs-Elysées, 160km

프로들이 타기 이틀 전에 타보는 Ride Le Tour – 2011 Tour de France이란 서비스가 있네.

페달 밟다보면…

자전거를 타는 모습의 미려함에 눈길을 절로 끄는 사이클리스트가 있다.  이들이 얼마나 늘씬한 종아리, 청동같이 태닝된 허벅지로 몇 rpm으로 페달을 밟아대느냐 따위의 운동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마치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는 귀족스러운 분위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좁은 안장 위에 올려놓은 엉덩이가 너무나 편안해보이고, 페달링과 몸이 조화를 이루며 엔진같이 움직인다. 내가 쟁기 끄는 누렁소처럼 언덕 오를 때 그들은 마치 천상의 노래 리듬으로 흰 날개를 펄럭이며 올라간다는 쌔빨간 거짓말은 아니다만 적어도 그들이 언덕을 오르는 모습은 거짓된 삶을 사는 것처럼 아름답다.  같이 언덕을 오르더라도 그 모습을 보면서 나의 마음은 찢겨나간다.

그래도 찢겨 나간 내 마음을 다운힐을 통해 추스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하에 계속 쟁기를 끌어본다 – 적어도 언덕을 내려올 때면 스키타고 활강하던 겨울의 나와 재결합할 수 있을 것이니까.  그렇지만 여기서도 난관은 계속 이어진다: 언덕을 내려올 때는 아까 경험한 – 타고난 분위기 – 것과 다른, 경험의 벽이 존재하거든. 다운힐은 최대한 브레이크를 안 잡는 것이 관건이므로 경험에 의지하여 (지형에 따라) 다음 턴이 어떨지를 예상하고 어느 속도까지 브레이크를 안 잡고 버틸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길이 조금만 비좁아지면 마지막 1초를 더 버틸 수 없던 나는 브레이크를 밟게 되고 경험자를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 페달을 밟다보면 시작부터 끝까지 좌절과 미숙함에 대한 자책으로 가득해진다. 분명 좋은 자전거 샀는데… 쳇

첫 충돌

누구나 한번은 겪는다.  전혀 예상치 못한채 당하거나 당할 것을  알고 평생 대비해도 엿먹게 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첫 종이베임, 첫 이별, 그리고 첫 충돌.

도로 위에서 자전거 타다보면  열리는 차문에 한번 콰당 받게 되는 날이 반드시 찾아온다, 적어도 모든 차가 스포츠카처럼 차문을 위로 비스듬하게 열게 되는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

당 시 나는 완만한 경사로 20분동안 땀 흘려야 오를 수 있는  언덕을 급경사 루트로 15분동안 땀 흘려서 올라와서 (…으응?) 무척 뿌듯한 마음으로 언덕을 내리꽂고 있었다.  도로 우편에 주차한 차가 아직 한창 주차하는 중이며 사람이 내리지도 않았다는 점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길 옆에 핀 코스모스들이 모네의 붓처리처럼 보일 때까지 속도를 내고 싶었을 뿐.

자 전거를 탈 때 남자는 허리! 외치듯이 허리와 복근의 힘으로 상체를 딱 지탱하고, 팔은 여자 어깨 위에 손 얹듯이 가볍게 놓을 뿐 (그래야 급할 때 방향 전환이 수월함) 이라는 설명을 수차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방금 언덕을 올라오며 지친 나는 양 팔에 몸무게를 실어 앞으로 기대고 있었다. 내가 당시 깡이 조금 더 셌더라면  핸들마저 놓고 상체를 바람에 기댔을 지도 모른다. 너무나 바라고도 바랬떤 언덕을 막 정복한터라 조금이라도 더 기대고 싶었고 더 느끼고 싶었다.

0.5 초 후에 차문이랑 부딪힐 것을 알았을 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부질없는 브레이크 잡기와 방향 전환에 바빴던 것 같다. 다행히도 방향전환은 좀 성공적이어서 정면충돌하는 상황은 나의 영웅적 노력에 의해서 가까스로 면하게 되었으나 오른쪽 엉덩이와 다리를 심히 긁고 길 반대편의 코스모스 수풀로 보기좋게 처박혔다.

당 황한 아주머니는 시민의식 뛰어난 독일국민답게 넘어진 나에게 말을 건넨다. 건넨 말 중에서 “alles” (독어로 모두) 단어만 들렸다.  ”Are you all right”을 말하려 했던 것일까? “이 모든 것이 네 탓이야”를 말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이 모든게 내 잘못이야, 하지만 어찌할 수 없어.” 라고 말하려는 것이였을까? 조용하던 언덕 내리막길은 어디가고 시끄럽고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하지만 제 아무리 집중한들 여자의 말을 알아들 수 있을리가  없잖아. 게다가 언어조차 내게 생소한 독어. 결국  먼지 툭툭 털고 일어나 마사루 원츄같은 표정으로 alles gut (독어로 다 괜찮아요) 한마디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독어를 못한 설움, 자전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자책감 같은 감정들이 북받쳤다. 그러나 자전거를 안고 엉엉 울어주기는 커녕, 내 자신의 미숙함이 부끄러운 나머지 자전거를 버렸다.

그 때 나는 무척 어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