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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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정확히 한달 전 강원도 양양 설악산 들어서면서 올해 날씨가 너무 더웠는데 10월초면 단풍 들기 이른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살짝 들었다. 하지만 버스에서 내려 입구에 들어서서 걷기 시작하니 하나둘씩 빨간 단풍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놓였다.

물들이기

물들이기

어느 누구 과학자 왈, 예술가들이 싱그러운 나뭇잎을 보고 아기 손같이 아기자기하며 이쁘다고 좋아할 때 자신은 예술가가 보는 것과 더불어 자연이란 조화로운 시스템 안에서 나뭇잎이 광합성하고 단풍이 드는 모든 과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진정으로 나뭇잎이 아름답다고 탄성을 자아낼 수 있단다. 단풍나무 밑에 서서 사진 찍을 때 든 떠오른 생각은 – 한 때 화학 복수전공을 생각하던 순수과학도임에도 불구하고 – 엽록소(초록색)와 카로티노이드계 색소(노란색)이 아니였고 ‘이 아름다운 색의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는데…’ 아쉬움이였다.  설사 과학이 재미있고 훌륭할지라도 마음에 늘 한발 뒤쳐지는 것 같다.

알록달록 단풍

알록달록

사람들은 황토색철의 녹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쓸모 없는 물질 혹은 파상풍의 원인으로 보지 않고 철이 단풍 들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산소를 들이쉬듯이 철이 산소와 결합하면서 다양한 물질 만들어 우리 삶에 직접적 이로움을 주는데 이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리어 잘 다듬어 광나는 ‘죽은’ 철만 줄창 뽑아내려고 하는 인간의 헛됨 바람이 때로는 한심해 보인다.

점점 깊어지는 단풍

점점 깊어지는

어쨌든, 단풍은 점점 깊어져가고 낙엽은 점점 수북히 쌓여가고 있었다. 내가 원색을 좋아하다보니 빨간, 주황, 노란 티셔츠를 모으는데 단풍색을 따라오지 못한다. 단풍과 비교하니 어찌나 그토록 자랑하던 빨간 티셔츠 색상이 탁하고 퀘퀘해보이는지. 계속 단풍 보고 있자니 내 자신이 좀 처량하게 느껴졌던 탓일까, 밖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대승�포 - 어디?

대승폭포 - 어디?

이게 우리나라에서 손 꼽히는 대승폭포라는데 거의 다 말라버렸다. 사실 좀 기대했었는데 아쉬었다. 그저 물기 촉촉한 절벽보면서 물줄기 규모를 유추해볼 뿐이였다. 짙은 단풍, 바싹 말라버린 낙엽, 샤워기가 되버린 폭포를 보고 있자니 올해 가뭄이 심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2주 후에 신문기사에서 요즘 가뭄이 극심하다는 기사가 떴다. 허구언 날 오른손으로 마우스, 왼손으로 턱 괸채 네이버 신문 읽기보다는 직접 싸돌아다니면서 보고 듣고 만져보는 것이 더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러라고 컴퓨터 사준 것이 아닐텐데.

잘생겼다 고놈

잘생겼다 고놈

그러고보면 설악산은 참 잘생겼다. 숲과 바위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고나 할까? 웅장한 맛은 없지만 보는 눈이 심심하지 않게 변화를 요리조리 찾아가는 것이 꼭 바이올린 같다. 점심은 대승봉에서 간단하게 맨밥에 쌈장 얹어 김 싸먹기로 떼우고 (격한 육체적 노동한 후 식사는 맛있다. 밥이 맛 없다고 타령하면서 허구언 날 맛집 찾아다니는 무리는 충분히 땀을 흘리지 않는 것이다) 선녀탕에 들어섰다.

선녀탕 들어서다

선녀탕 들어서다

듣자하니 재작년 폭우가 쏟아지면서 산사태가 일어나는 바람에 선녀탕이 반쯤 매몰되버렸다고 한다. 아쉬운 마음에 포크레인 끌고 올 수도 없는 노릇, 그저 이 것마저 자연의 상태임을 받아들이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의미로 우공이는 참 대단한 사람이다.

주변에 선녀옷 보이는가

자네 눈에 선녀옷이 보이는가

이제 본격적으로 십이선녀탕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실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 모르겠다. 워낙 물 웅덩이가 많아서… 주변 새하얀 타일(?)이 있으니 확실히 탕 분위기가 나긴 난다. 하지만 탕이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야한 장면 혹은 불경스러운 장면이 떠오르지 않고 그저 선녀들이 재잘재잘 수다 떨면서 씻고 있을 것 같다. 아, 나무 수풀 뒤에서 김홍도가 엿보고 있으려나. 변태시퀴.

엄마 목욕탕, 아빠 목욕탕, 애기 목욕탕

엄마곰 목욕탕, 아빠곰 목욕탕, 애기곰 목욕탕

탕이 물줄기로 다음 탕으로 이어지고 또 이어지고… 물시계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줄기 타고 처음부터 끝까지 헤엄치고 싶어서 잠시 물고기로 변신시켜주세요 – 라고 기도를 올릴참에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짓인가; 생각하면서 그만뒀다. 왠지 끝까지 가면 누군가 그물 드리워서 날 매운탕 끓여먹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거든 – 알잖아 자리 있기만 하면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매운탕 끓이는 한국인 습성.  어쨌든, 마지막 샷으로 대승봉 2시간반, 선녀탕 4시간 등산행 마물.

우왕ㅋ굳ㅋ

우왕ㅋ굳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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