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림트, 금

Standard

얼마전 클림트 전시회를 보고 왔다.   전시회 마지막 날에 치달았던 탓일까, 무척 관람객이 많았고 오랜 기다림 끝에 들어선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베토벤 프리즈였다. 잘 알려지다시피 베토벤의 교향곡 9번 4악장 “환희의 송가”를 3면에 걸쳐 ‘Yearning for Happiness’, ‘Hostile Forces’,‘This Kiss to the Whole World’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작품에 대한 설명은 여기

베토벤 프리즈

그 외 인기 많았던 작품은 미완성 주커칸들 부인, 유디트-I (아래) 등등과 초기 작품으로 알려진 마리 브로이니크 등등이 있었다.

유디트-I

작품에 대한 설명은 검색하면 이미 잘 마련되었으므로 생략하고 개인적인 감상만 말하자면… 클림트하면 금이 곧잘 떠오르곤 하는데 (금속 세공업자 아들이였기 때문에 사용에 능숙했던 탓인지 위 작품, 키스, 등등에서 자주 사용했다) 유디트를 보면서 내가 기존에 알아왔던 클림트의 금 사용법과는 다소 묘했다. 앞서 금의 사용법은 영원, 승리의 영광, 사랑을 그리기 위한 목적만으로 국한되었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일까? 이 작품을 보면서 떠올리게 되는 수식어들:욕망, 관능, 팜므파탈이 갖춰하야 할 요소로서 묘한 표정, 풍만한 가슴, 굴곡진 몸매 (내가 너무 단순한 것인가-_-) 즉, 대상으로부터 3차원적 감정과 입체감이 느껴져야하는데 도금 처리한 부분은 원근감을 앗아버린 것이다. 사진만으로 충분히 느끼기 어렵겠지만, 베토벤 프리즈 황금의 기사와 달리 유디트의 도금 부분은 유난히 평면으로 짓눌려있다. 따라서, 가장 입체감이 넘쳐야 할 대상에게서 원근감을 빼앗아 버리니 나로서 심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차츰 유디트 아니, 여자의 입장 – 돌발적 욕망은 표출은 가능하되 결국 사로잡힌 존재 – 임을 떠올려보니 오히려 금을 사용했기 때문에 저 느낌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문득 John Ruskin 에세이가 떠올랐다.

The highest art unites both in their intensest degrees: the action of the hand at its finest, with that of the heart at its fullest. Hence it follows that the utmost power of art can only be given in a material capable of receiving and retaining the influence of the subtlest touch of the human hand. (…) In proportion as the material worked upon is less delicate, the execution necessarily becomes lower, and the art with it. (…) Whatever the material you choose to work with, your art is base if it does not bringout the distinctive qualities of that material.

On Art and Life, John Ruskin

유리는 투명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작가가 투명성을 원치 않다면 유리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대리석이 주는 느낌 – 묵직한 고체 – 를 애초에 전달하기 원치 않다면 대리석을 쓰지 않을 일이다. 따라서, 작가는 늘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의 재료를 사용할 것이며 그에 부합하지 않는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손재주 자랑에 그치지 못한다는 엄중한 경고이다. 현대 미술은 워낙 난해한 나머지 이를 반박하는 사례도 많을 법하지만 적어도 클림트의 경우 금을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 – 영원한 속박 – 에 맞게 사용했다 아니, 느낌에 맞는 재료를 사용했다고 결론 지으면서 전시장을 나왔다.

돌면서 문득 아래 엽서가 기억나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없었다.

꽃이 없어 꽃을 그려 드립니다.

- 꽃이 없어 꽃을 그려 드립니다 -

2 thoughts on “클림트, 금

  1. 몇달만에 꿈에 구혜선이 나와서 흐뭇했는데 그게 너라니…
    다음 부터는 “영하에게 와락 안기는 구혜선”으로 개명하도록 -_-/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