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다 마음이 앞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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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꿈은 참으로 신기했다. 중고 피아노 가게에 가서 몇개의 음을 눌러보며 소리가 맑은지 확인해보고 싶었을 뿐이였다, 적어도 시작은. 땅땅땅- 그리고 달콤한 바람이 내 귓가를 스치길래 고개를 돌리면서 “아…” 하며 정신이 팔렸다. 의식(?)을 차렸을 때 이미 나는 즉흥 연주를 시작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손가락을 보면서 감탄과 동시에 ‘그렇다면 이 것은 어떨가?’ ‘오 – 괜찮네? 그렇다면 이번에는…?’ 하면서 마치 마술사의 모자에서 천을 뽑아내듯이 피아노 건반에서 평소에 내가 상상조차 못하던, 매혹적이면서 겁 없이 거친 선율을 뽑아내고 있었다. 손가락은 이미 나의 감정을 이끌어갔고 한발 뒤쳐진 생각은 이에 질 수 없다며 더더욱 자극적이고 대담한 제안을 내놓게 되는, 그리고 손가락이 이에 응수해가는 대결은 계속 되었다. 잡아당기면 당길수록 천이 엮여져 내 눈 앞에 펼쳐지듯이 음악이 파도처럼 겹겹이 포개어져 나에게 무너졌고 평소에 음악이 마치 아스팔트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마냥 아름답게 느껴졌다면 어제 밤의 음악은 유리알처럼 선명하고 힘이 느껴졌다. 꿈에서 깨었을 때는 몸에 살짝 땀이 나있었고 실제 연주하듯이 피곤했으나 마음 속의 그 웅장함에 압도되어 있었기에 수면 방해에 대한 불만은 추호도 없었다.

내  안의 아벨라드와 엘로이즈와 같이 종교마저 거부하는 열정적 사랑은 사그라들고 내 가슴 안에 가득하던 모티브와 멜로디가 희미해진 나머지 꿈에만 겨우 보이고 있는데 이래도 괜찮을까? 아니다, 그래서는 안되고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기도하지 않았더냐 – 계속 써야하고 완성 시켜야 한다. 잠시 움츠려들었을 뿐이지 여전히 내 마음이 살아있지 않는가, 내 마음을 전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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