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화장실 꾸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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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책을 읽는 습관 = 열이면 아홉 치질” 의학적 사실을 설명 들었지만 2분간의 지루함을 싸우기 위해서 약간의 도움이 필요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서라면 남자는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된 존재이기 때문에 나는 열이면 아홉 치질 걸릴 준비를 하고 책을 읽는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읽기 적절한 책을 찾는다는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신호가 살살 느껴져 책을 집어들었는데 제목  “불안의 개념/죽음에 이르는 병“을 보게 되면 왠만한 용자가 아니고서야 볼 일을 볼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을 몇번 겪다보면 책 선정에 신중을 기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3분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서재에 들어갔는데 10분동안 책을 고르게 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러던 어느 날, 물건이든 책이든 사용했으면 제자리에 놓으라며 화장실의 책을 치우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손뼉을 딱 치면서 “아하! 화장실이 제자리인 책이 있어야겠구나!” 하는 깨달음의 순간이 왔다.  이러라고 하신 말씀이 아닐텐데… -_-

이리하여 Felix Fenon의 Novels in Three Lines을 화장실에 비치하였다. 작가가 Le Matin이라는 프랑스 신문에 기재했던 시리즈물인데 1906년에 일어났던 살인사건, 법정 싸움, 자살, 등등의 일상 생활의 파편을 담고 있다 (3줄짜리 소설을 돈주고 사기에는 비싸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서 트위터까지 마련하는 센스).

At 20, M. Julien blew his brains out in the toilet of a hotel in Fontainebleau. Love pains.

Too many people threaten, “I’ll cut off your ears!” Vasson, of Issy, made no such pronouncement to Biluet, but cropped him nevertheless.

처음에는 책 읽는 내가 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다가도 예전에 봤던 movies in 5 seconds가 나름 웃겼던 것이 떠올라서 쭈욱 읽어봤다.

3줄의 건조함 안에서 뉴질랜드산 육포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으나 아직까지는 모르겠다. 다만, 책을 쥐고 있으면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칠 무한한 가능성을 한 손에, 삶의 굴곡과 다양성을 시멘트 롤러로 밀어버린 듯한 밋밋함을 다른 한 손에 쥐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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