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입문 – 1장: 연극의 리얼과 현실의 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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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교 노트>를 쓴 히라타 오리자씨의 ‘연극 입문: 희곡, 어떻게 쓸 것인가’를 조금씩 옮겨볼 생각.

—-

1장: 연극의 리얼과 현실의 리얼

대사를 쓸 때는 먼 이미지부터 접근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를 들어서 미술관을 무대로 하는 설정을 놓고 “아, 미술관이 참 좋다” 라고 설명부터 툭 까버리는 것은 재미가 없다. 왜냐면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가라는 기대가 단번에 사그라지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키 위해서 미술관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나열해본다:

  • 그림이 있다
  • 조용하다
  • 데이트하기 좋다
  • 고상한 분위기다
  • 미대생이 스케치를 하고 있다
  • 사람들이 천천히 걷고 있다
  • 미술관이다
  • 하얀 (혹은 안정감이 있는 색의) 벽이다
  • 의자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 감시원이 있다 등등을 떠올릴 수 있다.

이렇게 떠올린 리스트를 ‘먼’ 이미지부터 접근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조용하다
  • 데이트하기 좋다
  • 고상한 분위기다
  • 사람들이 천천히 걷고 있다.
  • 그림이 잇다.
  • 하얀 (혹은 안정감 있는 색상의) 벽이다.
  • 미대생이 스케치를 하고 있다.
  • 의자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 감시원이 있다.
  • 미술관이다.

그리고는 이를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는 것이다.

————–

여자: 좋지, 가끔은 이런 곳도.

남자: 그래.

여자: 때로는 여유를 가져야지.

남자: 응.

(…)

여자: 조금만 천천히 걸어.

남자: 아, 미안.

여자: 나까지 초조해지잖아.

남자: 미안, 미안.

(슬슬 그림 이야기를 시작)

여자: 조금 전에 본 그림, 생각보다 크더라.

남자: 응, 어쩐지 교과서에서 보는 거랑 많이 다르던데.

여자: 역시 그림은 진품을 봐야해.

(만일 전개가 성급하다 싶으면, 화가 관련 에피소드를 떠올린다)

남자: 고흐는 안장다리였다고 하던데.

여자: 고갱은 평발이었대.

(여기까지 진행되면 다음은)

남자: 역시 미술관은 정말 좋아.

여자: 그렇지! 오길 잘했지!

————–

이제는 대사가 설명적이지 않으며 무대가 자연스레 시작한다. 희곡을 쓴다는 것은 단순하게 말을 길게 써서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가공의 세계를 구축하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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