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분을 빡세게 뛰어본 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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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배울 때 주변 사람들이 어디에 시간을 쏟는지 훑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농구 예를 들자면) 페이더웨이라던가 3점슛처럼 highlight reel 혹은 멋져 보이는 것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농구를 하면서 한 선수가 3점슛을 쏠 기회는 별로 없다. NBA 역사상 최고 3점 슛터 중 하나로 손꼽히는 레지 밀러도 1300+ 경기 뛰면서 총 6500개 살짝 못 미치는 3점슛을 시도했다.  일반적으로 한 경기에서 3점슛을 5개 이상 뿌릴 강심장 선수도 흔치 않지만 가장 결정적으로 코치가 허락하지도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코치는 정해진 시간 (일반적으로 40분, NBA는 48분) 안에 기본적으로 제한된 리소스를 (코트 위에 올릴 수 있는 사람은 5명) 활용해서 승리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수 한 개인이 3점슛만 연습한다는 것은 40분 중에서 5번 즉, 공 릴리즈하는데 걸리는 0.5초 x 5번 = 2.5초를 제외한 나머지 39분 57.5초동안 (코치 입장에서) 쓸모 없는 선수로 남아있을 운명을 선택하겠다는 뜻이다.

누가 뭐래도 코트 위에 올리는 것은 코치의 결정이니까 코치가 39분 57초동안 잘 활용할 수 있는 선수란 누구인지 고민해보자. 40분동안 공을 모두 공평하게 돌려갖는다고 생각하면 코트 위에서 10명이니 각자 4분씩 공을 만지게 될 것이다. 36분 중 20분은 수비에 할애할 것이며 16분은 나 아닌 같은 팀원이 공격을 원할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 수비하는 20분 중에서 (대인 수비의 경우) 4분은 나의 담당 선수 손에 공이 있을 때 수비할 것이며 나머지 16분은 공 없는 ‘빈’ 선수를 수비할 것이다.

하지만 농구 코트 뛰면서 사람들의 40분을 관찰하면

  1. 자신 손에 공이 있는 공격 4분
  2. 담당 선수에게 공이 있는 수비 4분
  3. 자신 손에 공이 없는 공격 16분
  4. 담당 선수에게 공이 없는 수비 16분

순서로 빡시게 뛴다. 아니, 4번의 16분동안은 거의 뛰지 않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 경험상 농구 경기하다보면 적어도 1,2개의 골은 easy basket 즉, 노마크 상태에서 레이업으로 넣을 수 있다 (골밑 점프 슛 포함).  손쉽게 레이업이 가능한 노마크찬스를 확보하는 방법은 흔히 3가지가 있다.

  1. 속공
  2. 골 밑에서 패스를 받기
  3. 공격 리바운드

이런식으로 따져보면, 선수가 가장 효과적으로 팀의 승리에 견인하기 위해서 해야할 역할은 비교적 명확하다.

  • 골 밑에서 담당 선수가 공이 없다가 있는 상황으로 전환하는 것을 막기 (상대방의 1, 2, 3 막기)
  • 골 밑에서 내가 공이 없다가 공이 있는 상황으로 전환할 것 (나의 1, 2, 3 공격)

이 2가지를 달성할 경우, 1-2골을 막고 1-2골을 증가할 수 있을 것이며 (한골에 2점이니까) +4~+8의 효과를 낼 것이다. 일반적으로 농구 선수가 10점을 득점하면, 괜찮은 선수로 ‘인정’ 받기 마련인데 그 ‘인정’의 시작은 공이 없는 32분을 빡세게 뛰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말이다.

32분이라니… 뭔가 힘들어 보이고 짜증이 확 날 것 같지 아니한가?

맞다, 엄밀히 따져보면 32분 빡세게 뛰는 것은 수지가 안 맞는 장사이다. 경기의 8할 시간동안 빡시게 뛰는 것은 고정 비용인데 내가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괜찮은 선수’의 높아야 8할, 낮으면 4할 아닌가. 8할 넣었으면 적어도 10% 프리미엄 얹혀서 9할을 벌어야하는데 이건 뭐 기껏해야 본전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이 32분을 대충 대충 플레이하는 것이다 (이런 수치를 알고 그러는 것인지, 귀찮아서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짜릿한 8분 (내가 공 잡을 때 4분과  공 잡은 사람을 방어할 때 4분)에 목을 메다는 것이다.  그 심정, 그 논리 십분 이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코치 입장에서는 절대 용납해서 안될 선수의 심정이자 논리이다. 이 것이 바로 조직의 딜레마인 것이다. 코치는 땀 흘리고 뛰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이유가 어찌 되었든 선수를 설득해서 하나의 목표 즉, 승리를 위해서 싸워야 한다. 한 팀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개인으로 하여금 뛰어봤자 본전, 하지만 팀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32분을 열심히 뛰게 할 것인가?

내 생각에 그 질문에 대한 답은 Jerry Sloan과 Tom Izzo에서 찾을 수 있다.

자신이 백의종군으로 빡세게 일해본 사람이면 Jerry Sloan처럼 자신의 팀 선수들에게 32분을 빡세게 뛰도록 설득할 수 있는 반면 32분을 빡세게 뛰어보지 않았다면… 글세, 어느 누가 총 잡아본 적도 없는 군수 총책임자 밑에서 싸우고 싶겠어?

간혹  “회사원은 비전 없다, 창업만이 살 길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 얘기 들을 때 가끔 묻고 싶다:

32분을 빡세게 뛰어본 적 있나요?

p.s.

이건 어디까지나 승리를 위해서 다투는 계산적인 글이며, 경기 끝난 후 인간으로서 선수의 고뇌를 다루고자 했던 것은 아니니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뇌는 차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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