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밟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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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는 모습의 미려함에 눈길을 절로 끄는 사이클리스트가 있다.  이들이 얼마나 늘씬한 종아리, 청동같이 태닝된 허벅지로 몇 rpm으로 페달을 밟아대느냐 따위의 운동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마치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는 귀족스러운 분위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좁은 안장 위에 올려놓은 엉덩이가 너무나 편안해보이고, 페달링과 몸이 조화를 이루며 엔진같이 움직인다. 내가 쟁기 끄는 누렁소처럼 언덕 오를 때 그들은 마치 천상의 노래 리듬으로 흰 날개를 펄럭이며 올라간다는 쌔빨간 거짓말은 아니다만 적어도 그들이 언덕을 오르는 모습은 거짓된 삶을 사는 것처럼 아름답다.  같이 언덕을 오르더라도 그 모습을 보면서 나의 마음은 찢겨나간다.

그래도 찢겨 나간 내 마음을 다운힐을 통해 추스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하에 계속 쟁기를 끌어본다 – 적어도 언덕을 내려올 때면 스키타고 활강하던 겨울의 나와 재결합할 수 있을 것이니까.  그렇지만 여기서도 난관은 계속 이어진다: 언덕을 내려올 때는 아까 경험한 – 타고난 분위기 – 것과 다른, 경험의 벽이 존재하거든. 다운힐은 최대한 브레이크를 안 잡는 것이 관건이므로 경험에 의지하여 (지형에 따라) 다음 턴이 어떨지를 예상하고 어느 속도까지 브레이크를 안 잡고 버틸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길이 조금만 비좁아지면 마지막 1초를 더 버틸 수 없던 나는 브레이크를 밟게 되고 경험자를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 페달을 밟다보면 시작부터 끝까지 좌절과 미숙함에 대한 자책으로 가득해진다. 분명 좋은 자전거 샀는데…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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