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있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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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몸 불편해 보이는 할머니께 옆에 누가 자리 양보 했는데 괜찮다는 손시늉을 하시더니 봉투에서 주섬 주섬 뭔가 꺼내 무릎 위에 툭 내던졌다. 아, 껌 파시는 사람이구나.  불평불만 가득함과 동시에 만사 귀찮다는 표정으로 껌을 거의 사람 맞추시다시피 던지면서 한바퀴 돌기 시작했다. 설사 앵벌이라도 일단 사주는 사람인 나조차 이 할머니만은 도와줄 수 없다는 마음에 책을 눈 높이로 올려서 못본척 했다. 책 넘어 힐끔 보아하니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람들이 할머니에게 돈을 건네주지 않는다. 문득 떠오르는 질문: 사회 중산층의 선행이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다고 상대방의 자세를 평가하게 되는 것일까? 껌 팔면서 얼굴 좀 험상 궂으면 어떻다고 고작 껌값 천원 때문에 노약자에게 ‘껌 팔려면 적어도…’ 라며 광대질을 무언으로 요구하던 내 자신을 돌아보건데 돈이란 것이 참 오묘해서 액수가 아무리 작아도 사람 대하는 방식을 바꾸는 듯 싶다.

한동안 나는 안철수라는 사람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의사가 백신 개발하는 도전정신은 높이 샀으나 요즘 들어 강연하고, 무릎팍 도사에 등장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문성보다) 좋아하는 ‘인간성’을 부각하려는 모습이 무척 위선적으로 느껴졌다. 그럴 시간 있으면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제품을 향상하고, IT 전도사를 자처할 시간에 차라리 기업이라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좋다며 그의 숱한 사외(?) 활동에 섵부른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그렇다, 당시 나는 안철수 연구소 주식 보유하는 개미 투자자였고 우리나라 대표 IT 기업이라는 회사 주가가 수년째 2만원선에서 맴돌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달갑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주식을 팔며 광명을 찾자 돈 안 벌어주는 철수가 인간 안철수씨로 변했다. 그렇다면 내 돈과 엮이지 않게 되자 안철수라는 사람이 보였으니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안철수가 CEO가 아닌, 의사가 아닌, 평범한 사람일 때도 과연 인간 안철수가 보일까?

이쯤되면 한번 묻게 된다 –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하고 모시기 위해  선행 되야할 조건은 무엇일까? 그 사람에게 돈과 권력이 없으면 적어도 눈을 이끌만한 다른 매력 하나정도 있어야 하는 것일까? 거지도 그냥 거지보다는 재주 부리는 원숭이 데리고 다니는 거지가 좀 더 눈에 띄고 돈도 잘 번다. 조련된 동물이 없다면, 적어도 Wyatt Cenac의 Turkey Creek 에피소드 의하면 새 서식지 주변에 알짱 거려야 한다. 150년전 해방 찾은 노예들이 세운 Turkey Creek 동네에 지속적 관심 갖고 영향을 주는 유일한 사람은 정치인도 아니고 기업가도 아닌, Audobon Society였던 것이다.  Audobon Society는 이제 와서 Turkey Creek에서 설레발 관심 갖는 자들과 차별되게 오래전부터, 이 동네가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잠겼을 때부터, 관심을 가져온 집단으로서 허리케인 카트리나로부터 조류를 보존하기 위해 새집을 지었다고 말한다.

원숭이, 새 외에 다른 매력을 찾아보려고 생각해봤지만 어느 이유 하나도 상대방을 미천하게 만들 뿐, 상황을 개선시키지 않았다. 이쯤되면 돈도 아니고 다른 매력도 아니고 그저 이웃이니까, 사람이니까 사랑하는 것이 정답 아닐까 생각해본다. 조류 때문에 Turkey Creek을 살리는 것은… 정말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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